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마켓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앱 ‘룩앳미’는 사용 대상이 정해져 있다. 자폐장애를 가진 아동이다. 앱을 실행하면 단계별로 미션이 주어진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어렵지 않다. 온통 슬픈 표정을 짓는 사람 중에 웃는 사람을 찍으면 된다. 또는 사람의 눈을 클릭하면 된다. 방금 본 사람의 얼굴을 떠올려 여러 명의 얼굴 중 골라내는 미션도 있다. 게임처럼 정해진 시간 내에 수행하면 되는 미션에 자폐 아동들은 진지하게 임한다. 더러는 모조리 틀릴 때도 있다. 그러면 미션을 성공했을 때 주는 게임 속 ‘루비’를 받지 못한다. 룩앳미 앱이 효과가 있을까. 지난해 7월 자폐장애 증상을 보이는 아동 1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에서 60%의 아동이 ‘눈맞춤’ 증상에서 호전을 보였다는 결과가 나왔다. 자폐 아동을 둔 부모 사이에서는 “웬만한 치료법보다 효과가 있다”라는 평가도 나온다. 나의 오랜 친구이자 3살짜리 자폐 아동을 둔 주부 양주영(가명)씨는 “아이가 점심식사만 끝나면 게임하자고 졸라댄다”며 “느낌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와 눈을 마주치는 시간이 조금 늘어난 것 같다”며 기뻐했다.
부모에게 희망을 주는 이 앱은 삼성전자와 ‘자폐스펙트럼장애’ 전문가들이 함께 만들었다. 기술적인 부분은 삼성전자가 담당했지만, 정상철·정경미 연세대 교수(심리학)와 유희정 분당 서울대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가 콘텐츠를 담당했다. 이 중 유희정 교수는 자폐증 치료에 관한 한 한국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지난해에는 미국 UCLA의 프로그램을 한국 상황에 맞게 고쳐 시행한 PEERS(Program for the Education and Enrichment of Relational Skills) 프로그램으로 효과를 보기도 했다. PEERS는 자폐장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성 향상 프로그램이다. 대화를 할 때 언제 끼어들고 언제 빠져나오는지를 가르치고, 사회적인 거절은 어떻게 하는지를 훈련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청소년이 많다는 점을 이용해 전자기기를 사용해서 의사소통하는 방법도 가르쳤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거의 모든 청소년에게서 사회성이 월등히 향상된 것으로 드러났는데, 참여도도 높아 최종 결석률도 1.8%에 불과했다. 이 프로그램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함께 앱 ‘룩앳미’의 개발에도 참여했다. “자폐 아동들은 기본적으로 아이예요. 자폐증이 있는 ‘아이’에 방점을 찍으면 대하기가 쉽습니다. 다시 말해서 평범한 아이들처럼 경쟁심이 있고, 지루한 것을 싫어하고, 게임을 좋아해요.” 유 교수의 제안에 따라 앱은 게임처럼 만들어졌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룩앳미 앱에서는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 가상의 아동 9명이 마치 함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누가 먼저 미션을 완수하느냐를 가리는 것이다. 경쟁심이 생기고 게임을 즐길 줄 아는 초등학교 3~4학년 이상, 어느 정도 치료를 받아왔던 자폐 아동이 하면 효과적이다. 유 교수는 이 앱이 “자폐장애 치료의 참고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교과서는 따로 있다. 길고 지루한 반복 치료다. 자폐는 완치되는 질병이 아니다. “그게 자폐장애의 가장 무섭고 힘든 점입니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치료하면 일반인들과 같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는 해요.” 무엇보다 자폐 치료에서 중요한 부분은 온 가족이 함께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폐 아이가 있는 가족은 길고 비관적인 자폐 치료 과정을 미처 다 못 견디기도 합니다. 부모에 대한 심리 치료는 반드시 필요하고요. 자폐 치료가 일상생활에서도 계속돼야 하는 만큼 치료 과정에 부모도 함께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대체 자폐장애는 어떤 질병일까. 대중문화에는 종종 자폐 장애를 가진 캐릭터가 등장한다. 영화 ‘말아톤’에서는 20살 청년의 몸에 5살 지능을 가진 자폐장애 환자가 등장하고, ‘레인맨’에서는 보는 숫자를 모조리 외우는 천재형 자폐장애 환자도 나온다. 유희정 교수는 “자폐장애에 대해 우리가 가진 이미지는 모두 포함된다”고 말했다. “자폐증의 정식 명칭은 ‘자폐스펙트럼장애’입니다. 일상생활을 못하는 환자도 있고, 어느 한 부분에는 특출한 재능을 보이는 환자도 있어 굉장히 넓은 범주의 증상이 있습니다.” 공통적인 증상이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앓는 환자는 사회적 의사소통이 힘들다. “눈을 못 마주치는 경우도 있고, 대화가 일방적인 경우도 있어요. 더러는 감정 교류가 안 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언어나 몸짓 사용이 일반인과 다르다. 같은 언어를 반복하거나 말을 더듬기도 하고,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환자들은 관심사가 매우 좁고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많은 자폐 환자가 변화를 두려워해요. 매일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행동을 해야 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감각이 아주 예민한 환자도 있어서 특정 소리만 들리면 지나친 반응을 보이거나 특정 색깔을 유독 두려워하는 환자도 있다. 자폐장애의 원인이나 증상, 치료 방법이 지금처럼 자리 잡은 것은 겨우 20~30년 전의 일이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자폐증은 부모의 문제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봤다. 지금도 여전히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유전적 돌연변이로 보고 있다. “아버지가 자폐장애가 있다고 해서 꼭 자식도 있다는 건 아니에요. 유전적으로 쭉 내려오다가 어느 순간 발현하는 겁니다. 각종 오염물질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유희정 교수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자폐장애 진료를 본 것도 벌써 9년째이다. 유 교수는 그동안 자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빨라도 48개월, 60개월 돼야 ‘우리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하고 오던 부모들이 요즘은 24개월, 36개월에도 찾아와요. 그만큼 자폐 증상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거겠지요.” 유희정 교수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치료하는 일을 개인에게만 맡겨 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자폐에 대한 인식이 아주 부족했던 예전에는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성장한 어른들도 많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자폐증을 앓는 성인의 실직 문제, 사회 적응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더군요. 당장 우리나라에서도 치료받지 못한 자폐 청소년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유희정 교수를 찾아온 학생 중에는 왕따 문제, 학교폭력 문제에 휘말린 자폐 청소년이 꽤 많다. “알고 보면 학교폭력 피해자 중 자폐 청소년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폐 문제를 해결하면 학교폭력 문제도 해결된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출처: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53&aid=0000019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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