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기와 기술력으로 더 나은 삶을 제시하는 사례는 많습니다. 그중 삼성전자 ‘룩앳미’ 캠페인은 자폐아의 눈 맞춤과 소통을 돕는 데 목적을 뒀습니다. 새로운 방식과 차별성으로 따뜻한 손길을 내민 룩앳미 캠페인을 소개합니다. 룩앳미의 단초 태어나는 날부터 지켜봐 온 가까운 지인의 아이가 자폐스펙트럼장애(이하 자폐증)를 갖고 있습니다. 어릴 땐 왜 말이 더딘지 걱정했고, 발달장애 판정을 받았을 땐 함께 슬퍼했으며, 아이가 엄마를 비롯해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가 ‘기술을 통해 사람의 삶을 좀 더 나아지게 하는 아이디어’를 찾고 있을 때 아픈 손가락 같던 그 아이가 떠올랐습니다. 자폐아들이 사람과의 소통에는 서툴러도 디지털 기기는 능숙하게 다룬다는 점, 자폐증을 가진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6000만 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브랜드 삼성전자의 기술력으로 자폐아와 그 부모들에게 도움이 되는, 더 나은 삶을 제시해 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언젠가 자폐아 자녀를 둔 가수 김태원이 한 방송 인터뷰에서 “난 아직도 우리 아이와 마주 보고 대화하는 꿈을 꿉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여기서 ‘눈 맞춤’이라는 키워드를 발굴했고,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보기로 한 것이죠. What is the ‘Look at me’? 2013년 여름, 제일기획이 제안한 ‘룩앳미(Look at me)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자폐아의 눈 맞춤과 소통을 돕는다’라는 아이디어가 클라이언트로부터 채택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치료 목적의 앱 개발에 대한 프로세스도 전무했고, 제일기획에서 자체적으로 만들 수도 없는 상황. 먼저 아이디어에 대한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기 위해 자폐증과 관련된 의사, 교수, 특수학교와 치료센터 선생님들, 자폐아의 부모님들을 만나 봤고, 다행히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임상시험과 룩앳미 프로그램에 대해 아이디어와 학술적 자문을 줄 전문가들도 섭외할 수 있었지요. 우리는 아래 그림과 같이 3단계로 룩앳미 개발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전문가들과 협업해 프로그램 개발팀을 구성하고, 자폐아의 눈 맞춤과 소통 능력을 키울 훈련 미션을 여러 차례의 회의를 통해 결정했습니다. 눈 맞춤 훈련을 위해서 연세대 정상철 교수(심리학, 비주얼인지공학 전문)와 정경미 교수(자폐증 진단·평가 전문)팀에서 제안한 ‘얼굴인식능력 증진’을, 자폐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회기술훈련 프로그램(PEERS)을 진행 중인 유희정 교수(분당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가 오랜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제공한 아이디어를 통해 소통 능력 증진 기능을 구현했습니다. 일곱 가지 미션을 수행하라 임상시험용 앱을 2013년 11월부터 약 8개월간 제작했고, 앱의 7개 미션은 최대한 심플하게 정리했지만, 그 외는 마치 게임처럼 즐길 수 있도록 좋아하는 캐릭터를 테마로 GUI를 구성하거나 랭킹 및 레벨 시스템 도입, 보물상자 기능, 적절한 효과음 등을 적용했습니다. 자폐아의 눈 맞춤과 소통 능력 향상을 위한 본격 미션은 총 7가지인데요, 표정 읽기 훈련 ‘순서대로 착착착’은 감정이 드러난 얼굴의 표정 변화를 학습하고, 자신의 표정을 자연스럽게 짓는 법을 익힙니다. 타인 얼굴 바라보기 훈련 ‘얼굴 캡처하기’는 타인의 얼굴을 포착하는 과제를 수행하면서 얼굴을 인지하고 바라보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감정과 의사 표현하기 훈련인 ‘이럴 때 어떤 표정’은 자신의 감정 표현을 돕는 과제입니다. 주어진 상황에 맞게 기쁨, 슬픔, 분노, 실망 등의 표정을 학습하게 되고, 이 외에도 ‘분위기 파악하기’, ‘누구였을까’, ‘날 따라해 봐요’, ‘함께 찍어요’라는 과제가 주어집니다. 각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 시 점수가 누적되고, 일정 점수에 도달하면 예쁘고 멋진 캐릭터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장치로 사용자들은 게임하듯이 훈련에 참여하게 됩니다. 임상 앱 제작과 동시에 임상시험을 위한 룩앳미 프로젝트 IRB(a) 심사를 분당서울대병원, 연세대학교에서 각각 실행했습니다. IRB 심사를 통과하고 실험 참여자도 각 기관에서 2014년 4월부터 모집했습니다.실험 대상자가 정해지고 룩앳미 프로그램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면서 룩앳미 앱을 홍보하는 캠페인 영상에 참여하기를 여러 차례 부탁했지만, 선뜻 촬영에 동의하는 사람은 없었고 또 제일기획이라는 광고회사를 만나려 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모두들 이 프로그램이 널리 알려져서 자폐증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를 원했지만, 우리 아이가 자폐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는 껄끄러워 했습니다. 촬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폐아동에게는 가족과 학교를 벗어난 또 다른 인간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이고, 최소한 촬영 기간에는 자신이 삶의 주인공이 돼 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다시 한 번 설득해 마침내 열두 살 김종현 군과 어머니 류승현 씨를 섭외하게 됐습니다. 종현 군이 일주일에 한 번 임상시험에 참여할 때마다 촬영팀은 그림자처럼 쫓아다녔고, 처음에는 촬영 스태프들이 어색했던 종현 군과 가족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가까워지고, 점차 마음을 열어 나중에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촬영 막바지에 종현 군의 가족들이 “그동안 아이가 사진 찍는 걸 거부해서 가족사진이나 아이 사진이 거의 없었는데 룩앳미 앱은 미션 클리어를 위해 사진을 찍어야 하니 덕분에 많은 사진을 갖게 됐다.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참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룩앳미는 어떻게 다를까 자폐아와 장애아들의 편의나 소통을 돕는 앱은 사실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화가 힘든 사람들을 위해서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앱도 있지요. 룩앳미가 다른 앱과 차별화되는 것은 앱에서 제공하는 7가지 미션을 완료하기 위해 타인과 카메라 기능을 활용해 반드시 소통을 하도록 구성한 것, 매일 꾸준히 사용하도록 기술적인 장치를 해둔 것입니다. 무엇보다 전문가의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과를 검증받은 것이지요. 도움이 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 작은 씨앗 같던 아이디어 하나가 많은 사람의 헌신과 협력으로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어 전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소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단지 물건을 잘 팔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는 게 아니라 사람을 위한 ‘가치 창출’의 기회를 갖게 돼 개인적으로도 제 직업의 자부심을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룩앳미가 세상에 알려질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준 김종현 군과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a) IRB: 임상시험심사위원회.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서 피시험자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의료기관 내에 독립적으로 설치한 상설위원회를 말한다. 출처: http://www.ad.co.kr/journal/column/show.do?ukey=365908
0 Comments
Leave a Reply. |
AuthorWrite something about yourself. No need to be fancy, just an overview. ArchivesCategories |